내가 좋아하는 여행 작가 최갑수의 에세이다. 최갑수의 사진과 글은 감성적이라서 읽고 나면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곤 해서 신작이 나오면 사보곤 했다. 이번 책은 결이 다르다. ‘여행’이 아닌 ‘여행 일’에 대해서 쓴 책이다.
그간의 에세이들이 힐링, 감성, 위로의 키워드라면 이번 에세이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해서 프리랜서 여행 작가로 살아 남을 수 있을까하는 것들에 대해서 담았다. 그런데 다음 여행 에세이가 나오면 이 책의 영향 때문에 제대로 힐링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책장을 넘겼다. 여행지를 설렁설렁 다니며 따뜻함을 전해주는 이미지에서 치열하게 여행하고 원고 쓰고 사람들과 협상하는 이미지가 이제 생길 것 같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 책속으로
p.23 이 글을 쓰며 제가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습관’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31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게 시간이든 돈이든 또는 인간이든지요. 인생은 계산이 정확해서 하나를 가져가야만 비로소 하나를 내어 줍니다. 내 삶에 책임을 진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것인데, 그건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기꺼이 내줄 수 있는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p.42 그렇다면 제가 여행 작가에 재능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됐을까요. 바로 꾸준하게 성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p.44 지금 좋아하는 일이 사실은 좋아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중에 싫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 당장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지만 계속해서 성과를 내다보면 그 일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고 결국에는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죠.
p.50 단번에 되는 건 없습니다.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시간의 누적과 작업의 궤적이 중요합니다. 나에 대한 비관과 절망, 남에 대한 감탄과 질투를 반복하며 꾸준하게 작업을 계속하다 뒤돌아보면 어느새 멋진 결과물이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p.54 저는 재능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 꾸준함은 ‘연습과 훈련’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p.67 재즈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째, 포기하지 말 것. 둘째, 첫 번째 규칙을 잊지 말것”
p.73 일을 해오며, 일은 ‘차근차근’ ‘꾸역꾸역’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에 지름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더군요. 1에서 출발해 10에 닿는 방법은 2,3,4,5,6,7,8,9를 거쳐 10에 닿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4와 7을 건너뛰었다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서 4와 7을 해치워야 했습니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뿐이죠.
p.73 ‘오늘 대충이라도 하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p.111 세무사 쓰세요. 우리는 우리의 일에 집중하며 하루를 잘 보냅시다.
p.149 ‘콘텐츠’와 ‘태도’. 이 두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작품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도 똑같이 적용 됩니다. 콘텐츠와 태도는 시간과 신뢰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장기적인 관점으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p.183 우리는 원하는 일을 할 때보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거절해야 할 것을 거절할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p.193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난다면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정말 필요하고, 의미있고, 중요한 사람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대부분은 아니더군요. 자기 인생에 아무 의미 없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헛된 수고는 없을 것입니다. 그냥 무시하는 게 낫습니다.
p.194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 마스다 미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사람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
-잃어버린단다. 자기 자신을.
p.200 일은 한번에 완벽하게 끝나는 경우가 드물고, 고치면 고칠수록 나아집니다. 고치고 나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져 있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뭔가 이상해’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면 어딘가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겁니다.
p.215 우리는 이제 겨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올라온 것 같지만 뒤돌아보니 이제 겨우 몇십 미터 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의욕과 열정은 사라져버렸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일은 의욕과 열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일은 계획과 회의, 임기응변, 체력, 이메일,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통해 완성해가는 것입니다.
p.242 디지털 세상에서는 ‘스토리’가 가장 좋은 콘텐츠가 됩니다. 왜냐고요? 스토리가 가장 재미있으니까요. 스토리는 온갖 곳에 다 사용되니까요. 소설, 영화, 게임 하물며 지자체의 관광 안내 팸플릿에도 스토리가 들어갑니다. 자기소개서도 스토리죠. 여러분들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리는 게시물도 스토리가 있으면 ‘좋아요’ 수가 더 높을 것입니다.
p.244 일본의 전설적인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가 쓴 <미치지 않고서야>에도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앞으로의 비즈니스 중 대다수는 종교화 될 것이다.” 열성적인 신자를 모으지 못하면 물건을 팔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는 그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지목합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소우주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밖에 보지 않는다. 그 결과, 취향이나 삶의 방식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p.250 제 생각에는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대로 본질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끝 없이 자신의 일과 삶의 본질에 관해 물으며 나아가다 보면 인생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중략) 그럼 또 하나는 무엇일까요. 바닥을 겪어보는 것입니다.
p.267 여행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일을 하며 생기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은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여행은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도피처의 역할을 더 자주 하죠.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 주는 것은 미팅과 회의, 이메일, 자료수집, 집요한 수정입니다. 우리는 그 문제들을 해결한 후 여행을 떠나죠. 그곳에서 얼음이 든 차가운 콜라를 마시며 ‘에필로그’를 씁니다.
p.275 상대를 이기려고 하는 것보다는 내 콘텐츠를 어떻게 멋지게 만들까 하고 노력하는 것이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