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 미장센 분석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 미장센 분석

영화사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살해 장면은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의 샤워 살해씬 이다. 컷은 잘게 조각나 있으며 카메라는 움직인다. 또한 여자가 살해당하는 순간 얼굴과 신체부위들을 클로즈업하는 기법으로 극적 효과를 높인다. 하지만 「큐어」의 살인장면은 이러한 관습들을 무시한다.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고 객관적인 롱숏 시점이다. 게다가 롱테이크이기 까지하다. 관객은 공포를 조장하는 이런 특이한 방식으로 색다른 공포를 경험한다.

롱테이크의 미학

「큐어」의 주인공 마미야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신비롭다. 첫 테이크에는 황량한 해변이 있다. 그 다음 테이크에서는 오른쪽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교사의 모습이 롱숏으로 나온다. 다음 테이크에는 첫 테이크의 그 해변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마미야의 모습이 익스트림 롱숏으로 잡혀있다. 첫 테이크에는 없었던 마미야가 갑자기 나타난 듯한 느낌을 줘 인물을 신비롭게 만든다. 다음 테이크는 2분 30초의 롱테이크이다. 이 장면에서 테이크를 지속시키는 힘은 카메라의 유연한 움직임이다. 카메라의 시점은 교사에서 마미야, 마미야에서 교사로 이동한다.

이 프레임 구성의 특이성은 배경과 인물의 위치에 있다. 배경은 크게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된다. 가장 위의 하늘, 중간의 바다, 그리고 가장 밑의 해변. 잿빛 하늘과 황량한 겨울바다와 검은 빛의 해변이 주는 이미지는 영화의 건조한 느낌을 살린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카메라가 트랙샷으로 이동한다. 마미야를 따라가던 카메라가 인물을 바꿔 교사를 따라가게 되는데 이 때 마미야는 프레임 왼쪽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인물이 화면에서 사라지게 하는 카메라 워킹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감과 사라진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교사가 언덕을 올라가면서 교사의 위치는 프레임에서 위쪽을 차지하게 된다. 이 프레임에서 하부의 반 이상은 시들어버린 갈대가 있는 언덕이 차지하고 있고 그 위에 교사와 마미야가 프레임의 위쪽에 배치되게 된다. 상당히 특이한 인물배치다. 인물배치는 배경과 조화되어 신비롭고 이질적인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 시퀀스에서 마미야의 얼굴은 보여지지 않는다. 익스트림롱숏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비감을 주는 인물로 묘사하기 위함이다. 마미야의 얼굴이 제대로 나오게 되는 것은 다음 시퀀스다.

영화 큐어

마미야의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가장 잘 나타나는 장면은 그가 교사의 집 부엌에서 교사와 이야기를 나눌 때이다. 마미야가 부엌에 앉아 있고 교사는 뒷모습을 보여주며 일어선채로 과자를 먹고 있다. 이 프레임은 관객의 시선을 빛이 아닌 어둠과 어둠속의 마미야에 게 집중하게끔 유도한다. 프레임의 왼쪽과 오른쪽에 벽이 존재하며 그 벽과 벽사이에 불이 꺼진 부엌이 있다. 교사는 밝은 조명의 벽에 기대어 뒷모습을 보여주고 마미야는 더 안쪽인 부엌의 어두운 곳에 쪼그리고 앉아 정면을 향해있다. 초점은 교사의 뒷모습이 아닌 마미야를 잡는 원경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프레임에서 마미야는 양쪽 벽에 의해 갇혀있다. 관객은 어둠속의 그를 주시하게 되는데 갑자기 부엌에 불이 확 하고 켜지면서 관객들은 빛에 의해 놀라게 된다. 이 프레임 앞뒤에도 테이크는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진다. 롱테이크임에도 치밀한 화면구성으로 관객은 지루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건조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롱테이크가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닫힌 공간에서의 공허함

「큐어」의 첫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공허함이다. 첫 장면에서 후미에는 병원의 어떤 진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의자와 책상의 배치와 뒤의 대칭적인 창문과 프레임 밑의 텅빈 공간은 공허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하지만 프레임 왼쪽에 칠판과 오른쪽의 장난감이 놓여있는 책상의 존재로 인해 어딘가에 갇혀있는 느낌 속에서의 공허함을 가져다준다. 갇힌 공간에서의 공허함이다. 후에 같은 진찰실내에서 의사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칠판 대신 프레임 양옆에 의자 두 개씩을 배치해서 갇혀있는 공간을 만든다.

프레임 안에 배치 되어 있는 인물은 공허한 공간속에서 불안해 보인다. 이러한 프레임 구성은 살인을 저지른 교사가 병원에서 형사를 만나는 프레임 속에서도 나온다. 프레임 오른쪽에는 벽이 있고 저 멀리 뒤쪽에도 벽과 두명의 사람이 서 있다. 교사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프레임 왼쪽에는 의자 몇 개가 놓여있을 뿐인데 이 프레임 역시 닫힌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 거기서 불안에 떠는 교사의 인물은 공간으로 인해 그 불안감은 더해보이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어두운 조명

형사는 웃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특히 병원에서 마미야를 쫓아가다가 맞딱뜨린 창고는 어두운 조명의 효과가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할수 있다. 어두운 창고 안에 몇줄기 들어오지 않는 빛. 그 빛안에 형사의 얼굴이 드러나는데 불안에 가득차 있다. 어디서 마미야가 나타나 덮칠지 모르는 불안함. 불안한 분위기가 창고라는 공간, 형사의 얼굴, 어두운 조명, 그리고 옅은 빛줄기로 인해 효과적으로 나타나 있다.

잿빛 색상이 지배하는 세계

「큐어」를 지배하는 색상은 잿빛이다. 형사는 검은색 또는 갈색계통의 옷을 입는다. 특히 마미야가 입고 있는 갈색의 조금 큰듯한 의상은 그의 수염과 머리스타일과 쾡한 느낌의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여성의 의상도 화려한 의상은 전혀 없고 원색의 옷도 입지 않는다. 여의사는 차가운 느낌의 하얀색 의사가운이나 갈색의 코트를 입고 있다. 형사의 부인도 체크무늬의 어두운 남방이나 어두운 색 계통의 옷을 입는다. 건물들과 벽의 색깔들도 우중충하며 어두운 분위기의 색이 지배하고 있다. 마미야의 집이나 마지막의 쓰러질듯한 건물의 색상과 분위기는 무척이나 암울하다. 생기를 잃은 색들이 「큐어」를 지배하며 우울한 인물과 건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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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미장센

필자에게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형사가 그의 부인이 목매달고 자살했다고 착각을 하고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본의 대배우 야쿠쇼 코지의 얼굴이 보여주는 연기는 탁월하다. 얼굴은 클로즈업으로 잡힌다. 그의 소리 없는 절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슬픔, 분노, 절망을 느끼게 한다. 그의 얼굴이 주는 공포와 더불어 다음 테이크는 더 큰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다음 장면에서 그의 아내가 버젓이 살아서 그에게 왜 그러냐고 묻는다 . 병을 앓고 있는 아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의 속마음이 환영을 나타나게 한 것이다. 이 프레임에서도 기요시 특유의 프레임 구성이 나오는데 프레임 왼쪽과 오른쪽에 벽이 존재하여 닫힌 공간을 만든다. 카메라는 무릎을 꿇고 있는 형사의 뒷모습을 잡고 있다.

앵글 자체도 형사의 눈높이와 딱 맞아 떨어져 있다. 관객이 그의 뒤에서 같이 무릎을 꿇고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큐어」의 앵글 특성이 드러나는데 관객이 직접 그 화면에 들어가서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도록 아이레벨샷을 공포의 순간에 많이 쓴다. 사실 이 장면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바로 믹서기의 소리이다. 형사의 괴로워하는 얼굴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화면으로 넘어가는 순간 믹서기의 소리가 웽하고 나게 된다. 이러한 믹서기 소리 외에도 「큐어」곳곳에는 소리에 의한 공포조성이 있다.

점프컷과 소리

여타의 공포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무섭다고 생각하는 소리나 외화면의 음향들로 공포를 조성한다. 하지만 「큐어」에서는 세탁기 소리, 병원의 밥차 굴러가는 소리, 휠체어 소리, 열차 신호등의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용광로의 불소리 등 일상적인 소리들로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단순히 소리만으로는 공포를 느끼기 힘들다. 이러한 ‘일상적인 소리’를 ‘공포의 소리’로 만드는 연금술이 바로 점프컷이다. 장면이 바뀌는 순간이 자연스럽지 못하며 툭 끊기면서 불안하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점프컷 후의 화면에서의 갑작스러운 소리는 관객에게 공포를 유발며고 놀래키는 역할을 한다. ‘일상적인 살인’이라는 영화의 주제와 맞물려서 ‘일상적인 소리’가 주는 공포는 점프컷으로 인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리는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한다. 여기서 우리는 감독인 기요시의 별명이 ‘일본의 고다르’라는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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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자동차!?

자동차가 나오는 프레임은 묘한 느낌을 준다. 형사 셋과 함께 자동차가 안개속을 달리는 장면에서 자동차는 클로즈업으로 잡혀있고 주위에는 안개가 잔뜩 끼어 있다. 자동차는 분명 달리는 설정이 맞는데 주위의 안개로 인해 달리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배경이 보여야 달리는 느낌을 받기 마련인데 반대편 차의 조명만이 간헐적으로 비추고 배경은 정지되어 있다. 실제로는 달리지 않고 카메라의 흔들림이나 조명만으로 달리는 느낌을 표현한듯 싶다.

형사와 형사부인이 버스뒷자리에 앉아 있는 장면은 몽환적이다. 창밖에는 구름이 있고 게다가 태양까지 뒷창문밖으로 보인다. 비행기에나 어울릴법한 뒷배경을 쓰고 있다. 공간에는 흔들림이 없고 카메라 또한 흔들리지 않는다. 두 사람의 대화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몽환적인 배경과 조용한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정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전장면에서 부인은 잠을 자고 있다. 형사가 식칼을 잡으려는 찰나 점프컷으로 이 버스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이 두 화면의 편집-칼과 하늘을 나는 듯한 버스장면의 편집-으로 인해 형사가 부인을 죽여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병원으로 들어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게 아님을 알게 된다.

물이 주는 공포

마미야는 불과 물로 최면을 건다. 특히 「큐어」에서 물이 주는 공포는 오싹하기 까지 하다. 마미야가 여의사에게 최면을 거는 장면에서 바닥을 흐르는 소리없이 천천히 흐르는 물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꾸물꾸물 기어가는 괴물같이 물은 괴기스럽게 느껴지며 공포스럽다. 여의사가 화장실에서 시체의 얼굴가죽을 벗기는 장면에서도 세면대에서 물이 넘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조르륵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하얀 세면대에서 넘쳐흐르는 물은 공포스럽다. 비 오는 날 형사와 마미야가 갇힌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물이 나온다.

형사 머리위의 검은 천장에서 그것보다 더 검은 물방울들이 모여든다. 그리고는 한방울씩 뚝뚝 떨어져 라이터에 있는 불을 끈다. 불을 끈 물들은 검은 물로 바뀌어 바닥으로 떨어진다. 뚝뚝 떨어지는 물은 무섭게 느껴진다. 그리고 영화의 끝머리에 축음기가 있는 방에도 물이 흥건히 고여있는데 그 장면에서도 물은 기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한 몫을 담당한다. 건조한 화면 질감에서의 물의 느낌은 흔히 물이 가져다주는 ‘생명의 상징성’보다는 ‘죽음의 상징성’을 띈다.

살해의 순간

「큐어」에서 직접적으로 살해를 하는 장면이 두 장면 나온다. 매춘부가 침대위에서 살해당하는 오프닝과 경찰서 앞에서 노경찰관이 동료 경찰관을 살해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먼저 매춘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벌거벗은 여자는 롱쇼트로 잡혀 침대 위에 앉아 있고 카메라는 고정되 있다. 프레임의 양 옆으로 벽이 존재함으로써 닫힌 공간을 만들었다. 시점도 우리가 눈으로 내려다 보는 듯한 각도의 아이레벨쇼트를 쓴다. 아이레벨쇼트는 평범하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를 주지 못하며 우리의 눈은 화면 정중앙의 여자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직접 그 살해 현장에 가 있는 듯한 시점이다. 조명은 커튼에서 조금씩 들어오는 빛이 전부로 매춘부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가 있다라는 느낌만 준다.

특별할 것 없는 조명 효과로 인해 더욱더 사실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다. 이제 곧 살인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어슬렁거리던 남자는 쇠파이프로 여자의 머리를 갑자기 내려치고 관객들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남자는 여타 영화에서의 살인자들과는 다른 느낌을 가진다. 흥분을 하거나 비열한 모습을 보이거나 이제 곧 저 여자를 죽이겠구나 하는 느낌을 전혀 가져다 주지 않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여자를 내리친다. 살인은 특별하지 않다. 게다가 누구라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라는 공포를 관객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다. 게다가 살해장면에는 어울릴것 같지 않는 경쾌한 피아노의 배경음악은 더욱 이질감을 가져다 준다. 경찰관이 살해 당하는 장면은 이 장면 보다 충격이 더 크다. 너무나도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아침의 풍경. 카메라는 경찰서 밖에서 경찰서의 모습을 잡고 있고 움직임은 전혀 없다. 화면의 중앙에는 경찰서의 입구가 있고 프레임의 왼쪽에는 나무가 한그루, 오른쪽에는 게시판이 있다. 프레임의 아래는 땅이 있지만 협소한 땅으로 이 프레임 역시 닫혀있다. 두 인물은 롱숏으로 잡힌다. 조명 역시 특별한 기교가 없는 자연광이 쓰였다. 노 경찰관은 어느 아침과 다름없이 업무를 시작한다. 책상에 앉아 서류도 보고 게시판에 게시물도 붙이고 쓰레기통에 쓰레기도 버린다. 쓰레기를 버린 노경찰관은 태양을 한번 보고는 쓱 하고 권총을 꺼내서 동료경찰관을 쏘고는 다시 쓱 하고 권총을 집어 넣는다. 쓰러진 동료경찰관의 모습을 보고는 귀찮은 듯이 뒷머리를 긁적거리고는 뒷짐을 지고 커터칼을 가지러 간다.

노 경찰관은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아침 일과 중 살인이라는 일과가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장면. 평범한 일상 속에 살인이라는 비정상적인 행위가 슬그머니 ‘일상인 척’ 들어와 있는 것이다. 전혀 극적이지 않는 살인과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와 70여초간의 긴 테이크 시간은 무미건조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카메라는 중립적이고 냉정을 유지 하고 있다. 이 두 프레임은 나중에 경찰들이 사건현장을 정리할 때 하나의 흐트러짐없이 똑같은 프레임을 구성하게 된다.

왜 이 장면을 보고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기교가 전혀 없는 화면 구성과 아이레벨쇼트, 자연스러운 조명으로 인해 사실적이고 일상적인 느낌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살인은 ‘영화속의 살인’ 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비정상적인 공간 배치와 특별한 조명효과 그리고 극적인 효과음과 음악은 공포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러한 공포는 영화속에서만 존재하고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공포다. 이에 반해 「큐어」의 공포는 다르다. 일단 특별하지 않은 카메라 앵글, 그리고 단순한 프레임 구성이 있다.

감독은 아이레벨쇼트로 관객이 카메라의 존재를 잊게 만들려 한다. 또한 살인에 이르기까지의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보통 공포영화나 호러영화의 테이크 시간은 짧다.) 이것은 살인 자체가 극적이지 않으므로 컷을 통해 극적효과를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주의적 조명의 사용으로 일상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다. 긴장을 유발시키는 음악도 없이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날뿐이다. 이런 중립적이고 기교없는 장치들로 인해 영화속에서 일어난 살인은 현실속에서 벌어질법한 살인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은 살인의 본질이다.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사고들은 아무런 예고없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영화처럼 특별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사건, 살인의 본질적인 면이 「큐어」의 살해 장면에서 너무나도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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