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 근대화를 진행한 일본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다. 진주만 폭격으로 시작된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한다. 일본은 급속한 흥망성쇠는 강력한 국가에 의해서 였다. 패전 후 냉전과 한국 전쟁 특수로 세계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일본, 2021년 지금은 저팬 피크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 몰락하는거 아니냐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은 재일 교포이자 일본내에서도 빅 스피커 중 한명인 강상중 교수의 책이다. 이 책의 문제 의식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발전 속에 버려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강상중은 서두에서 이를 강한 국가와 약한 사회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본은 의도적으로 기민정책을 수행해 왔다는 것이다.
군함도에서 시작하여 노쓰케반도에서 끝난 이 책은 메이지 150년을 살아낸 헐벗은 백성의 발자취를 따라간 사색 여행이다. 거기에서 국가에 의해 창출되어 지와 권력의 통제를 받으며 국가를 밑바닥에서 떠받치는 국민을 만나는 일종의 여행기이다. 잡지에서 지면 연재 형식으로 된 글들을 묶은 것이기 때문에 사실 큰 인사이트를 얻기는 어렵고 가볍게 일본이라는 사회의 그늘, 그리고 반면교사로써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 해볼 수 있는 책이다. 몇 가지 일본의 그늘에 대해 아래에서 살펴보자.
후쿠시마 발전소에 찾아가다
그는 방사능 유출로 사단이 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찾아간다. 그는 주민의 말을 듣고 쇼크를 받는다.
“왜 우리가 도쿄를 밝히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후쿠시마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군단위다. 후쿠시마가 있는 도호쿠 지방은 옛부터 차별받는 지역이었다. 이곳에 원자력 발전소가 생겼고 생산된 전력은 대도시의 불을 밝혔다. 그리고 2011년, 예상 밖의 큰 지진과 해일이 몰려왔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폭발한다. 방사능 유출로 주위의 땅은 버려졌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고향 땅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예를 들어 부산 옆 기장에 있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부산 인근 지역이 방사능 유출로 버려져 사람 출입이 어렵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가끔 한다. 상실감이 엄청 날 것 같다. 후쿠시마 발전소는 도쿄라는 지역을 밝히기 위한 지방의 희생이었다. 과거에 읽은 책 중에 식민지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음은 군함도다. 류승완의 영화라던지 이슈화가 되어 한국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군함도를 찾아간다. 강제징병으로 군함도에서 일하던 차별받던 조선인들. 현재는 폐광되어 관광지나 역사유물로서의 기능만 하고 있지만 광산업으로 일본이 부흥하던 시절 군함도는 중요한 역할을 했고, 국가의 축소판이었다.
p.28 군함도는 과거에 존재했던 계층 질서를 공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볕이 잘 들고 전망도 좋은 빌딩 상층부나 섬 중앙의 고지대에는 상급자와 임원이, 하층부에는 광부와 그 가족이 거주하는 구조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식산흥업과 부국강병, 풍요와 번영, 발전과 성장이라는 일본의 꿈이, 그러나 그 반대였던 가혹한 현실이 응축되어 있다.
빈곤 문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 이 칸 황금 종려상을 받았을 때, 일본의 우익이나 당시 총리였던 아베가 좋아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영화는 일본의 그늘인 빈곤 문제를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의 그림자를 세상앞에 드러내는게 엘리트들 입장에서는 좋게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 :
https://news.joins.com/article/22843529
[알쓸신세]칸 황금종려상 ‘어느 가족’…아베의 침묵 뒤엔 ‘일본회의’강상중은 일본을 불평등 사회로 본다.
p.42 소득 상위 10퍼센트의 국민이 전체 부의 40퍼센트를 가진 격차 사회이자 불평등 사회. 이것이 오늘의 일본이다.
p.41 과거에는 전쟁이 아동과 청소년의 생존을 위협했다면, 현대 일본의 어린 희생자는 빈곤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다. 거리에서 밥을 구걸하는 4살 아이, 자동판매기에서 나오는 온기에 기대어 잠을 자던 어린 형제 등 비참한 상황을 전하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미나마타 병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에서 봤다. 공해로 인한 병 하면 나오는 미나마타 병.
강상중은 미나마타를 방문한다. 공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 공장에서 버린 폐수로 한 마을이 수은 중독으로 파괴됐다. 공해는 대량 학살과 다름 없다고 일갈하는 강상중.
p.131 공해가 자연과 풍토, 인프라와 노동, 전통과 문화 등이 일체화된 생활권의 파괴를 초래한다면, 이는 지역 커뮤니티의 완만한 제노사이드(대량 학살)나 다름 없다.
미나마타병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과 지구에 대한 존중이 없어서일 것이다. 돈이면 고작 한줌의 인간과 대지를 파괴해도 된다는 생각.
p.136 “미나마타병의 문제 구조 중 작은 것은 메틸 수은이며, 중간 것은 오염 물질을 방출한 짓소, 가장 큰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차별이다.”
공해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미세먼지도 그렇고 우리나라 역시 최근 공해 문제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와 같은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순혈주의
일본은 우리나라만큼 순혈주의가 강한 나라다. 소수자에 대한 배척과 멸시가 있다. 저자인 강상중은 재일 교포로 그의 자이니치(재일)라는 정체성은 삶에서 중요한 배경 중 하나 이다.
p.199 일본은 나태, 불령, 시기, 의심, 빈곤, 무지, 몽매, 열등, 범죄, 불결 등 이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속성을 자이니치 1세에데 덮어 씌웠다. 그들을 뿌리로 하면서도 민족의 언어와 문화, 전통, 풍습을 물려받지 못한 자이니치 2세에게 부모는 이율 배반적 존재였다. 부정과 긍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애증이 자이니치 2세의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정체성’을 남겼다.
마치며
‘한국어판 서문’에서 강상중은 한국은 강한 국가를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사회를 갖는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 한국은 여러 국면에서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국가를 견제한다.
p.8 2020년의 한국은 메이지 유신과 10월 유신의 그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중이다. 반면, 메이지 국가를 영광의 시대로 칭송하며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겠다고 말하는 귀태의 아이와, 그를 중심으로 하는 통치 시스템은 지금도 ‘약한 사회 위에 우뚝 솟은 국가주의’의 생리를 버리지 못했다. 그 결과 일본 전국에서 균열과 비틀림이 계속 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러 한계를 극복하며 착실하게 시민과 사회 운동의 힘을 키웠다. 규범과 정의라는 관념이 사회적 결속을 강화했고 ‘강한 국가’를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사회’를 갖는 데 성공했다.
일본 사회는 국가에 비해 약하다. 일본의 기민 정책은 현재 진행중이다. 일본은 강한 사회를 가질 수 있을까. 패전 후 주어진 민주주의 속에 살던 농노와 가까운 일본인과, 역사의 이음새마다 시민 혁명으로 국가를 갈아엎은 경험이 있는 사회와의 차이가 아닐까.
국가로 상징되는 엘리트의 독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사회 세력을 만드는 것이 일본 사회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